• 최종편집 2024-07-10(수)
 

[컨택저널 2024년 4월호]

 

[2024 Special Column] Chat GPT시대 휴먼 상담의 방향

(4) 반응 말고 감응

 

 

Chat GPT시대 컨택센터 Human상담사의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고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컨택센터 구성원들에게 제언하는 12가지 주제를 1년간 고정 칼럼으로 게재한다.


 

필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첫 근무처가 콜센터였고 첫 업무가 고객 상담이었다. 그래서 고객말씀을 잘 듣고 핵심을 파악해서 키워드를 메모하는 훈련을 심도 있게 받았다. 워낙 많은 고객을 빠르게 접하다 보니 후천적으로 개발된 측면도 있는 듯하다. 그 이후 30여년이 지났건만 요즘도 상대가 이야기를 하면 핵심 요점을 파악하고 자동적으로 키워드를 재확인하고 싶어진다. 무의식적으로 “~라는 말씀이시죠?”가 튀어 올라오려고 해서 밖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참는 경우도 있다. 매월 참여하는 CEO 조찬회에서 강연을 들을 때 옆자리에 앉은 대표들은 내게 전직이 기자였냐고 묻는다. 태블릿 PC 키보드에 빠르게 키워드 중심으로 강연내용을 타자치는 모습이 꼭 기자 같단다. 전직이 기자가 아니라 콜센터 상담사였다고 얘기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컨택센터는 예쁜 목소리보다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잘 들어야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듣는 것에도 레벨이 있다. 고객말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이 기초 레벨이라면 짧은 시간에 핵심을 파악하고 명확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전문 레벨이다. 하지만 이제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인간지능은 그 이상을 해야 한다. 바로 “감응”이다. 감응하는 능력이 듣기의 심화레벨이다. 주어진 상황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고객상황을 상상하고 맥락을 반영하여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감응” 말이다. “반응”은 고객이 한 말을 기반으로 처리하는 것이라면, “감응”은 고객의 내적 마음과 연결되어 고객이 미처 말하지 않은 것까지 헤아려 듣는 것이다. “반응”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인데 반해, “감응”은 현재 지금 이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필자는 요즘 감응력을 개발 중이다. 단어 하나에 꽂혀서 전체를 놓치지 않고 통합적이고 통찰적으로 듣는 연습을 하고 있다. 30년전 핵심 요점을 파악하는 훈련을 할 때보다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측정하기도 애매하고 훈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인식의 지평을 넓혀 의식적으로 “감응”에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 감응력은 상담경력이 오래되었다고 자동적으로 개발되는 게 아니다. 의식적인 연습과 감각적 체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감응하려면 진정한 관심과 느긋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컨택센터에서 이게 가능할까? 전광판에 숫자가 깜빡이고 관리자가 종종 걸음을 걷는 컨택센터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상적인 헛소리가 아닐까? 아니다. 전광판도 이제 바뀌고 있고 수퍼바이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상담사가 많이 빨리 받고 싶어도 콜이 점점 줄어서 할 일이 없어질 날이 점차 오고 있다. 또, 인간지능은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인공지능과 다르다. 인간 지능은 기술과 현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현실을 해석한다. 전광판을 없애고 콜실적을 인센티브에 반영하지 않아도 상담사 마음안에 조급함과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은 시대에 상관없이 똑같다. 지금 컨택센터에서 감응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이유는 급하고 바빠서가 아니라 감응하여 듣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해서다. 상황이 급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급해서이고, 다음 고객 때문이 아니라 해왔던 습관대로 해치우기 때문이다. ‘감응력’은 한가해지면 발현되는 게 아니라 바빠도 할 수 있다. 콜이 밀리는 한이 있어도 지금 받는 콜에 필수적으로 발휘해야 할 덕목이라는 점이 명확해지면 발휘할 수 있다. 진정한 관심과 느긋한 여유를 갖는 것은 전광판을 없애서 될 일이 아니라 상담사가 고객과의 관계와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할 때 가능해진다. 

 

기술이 흘러오는 게 아니라 앞에서 쳐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휴먼상담센터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제 기술조차 미처 해결하지 못한 복잡하고 복합적인 문제가 휴먼상담사에게 맡겨질 것이다. 이런 상담은 짧게 빠르게 많이 처리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 제대로 재 콜이 없도록 재발하지 않게 상담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이 말하는 영역만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영역까지 헤아려야 하고 앞뒤 전후 맥락을 살펴야 한다. 고객이 겪는 감정만이 아니라 고객이 믿고 있는 신념까지 통합하여 들어야 하고 고객이 붙들고 있는 가정과 말 이면의 의도까지 읽어내야 한다.

 

실재하는 것을 볼 때는 눈을 부릅떠야 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때는 눈을 감아야 할지 모른다. 이제 느슨하게 이완되어 고객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어야 한다. 모니터를 주시하며 상담 분류기준을 체크하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고객 마음과 상황을 상상하기 위해 눈을 감아야 할 수도 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핵심 키워드를 찾으려 하기 보다 전반적인 느낌과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보아야 한다. 기존의 듣기 습관을 뛰어넘는 새로운 듣기, 정보적 듣기를 뛰어 넘은 심층적이고 확장적인 듣기, 인공지능을 따돌리고 인간지능이 펼쳐나가야 할 새로운 영역이다.

 

요즘 필자는 그간 몸에 박힌 메모 습관을 의식적으로 내려놓고 있다. 메모 대신 모호하고 불분명하지만 감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상대와 주파수를 맞춘다는 것이 무엇인지 감지하며 온 촉각을 감각하여 듣기 연습을 하고 있다. 30년전 고객말씀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신경이 곤두섰던 때 못지 않게 생경하고 미숙하지만 이렇게 또 우리는 성숙해 가는 것이리라.

 

< 글 >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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